“명주”의 글귀
여행은 지금 나의 자리와 관계로 돌아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교토의 연구원 졸업여행후 나는 또 현실의 시간에 깊이 침잠해였었다. 일상의 무게, 급격히 바뀐 풍경. 가정과 직장. 누구나 그러하듯히 나이가 들수록 timeline을 빼곡히 채우는 일상의 무게는 점점 더 만만치 않게 다가온다. 나의 위치와 내가 해야 할일이 있고 그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또 나를 돌아본다.
1인회사의 연구원을 마치고 그들과 함께 더이상 하지 못했지만 좋은 시간이었고 인연의 끈은 열려 있으니 또 헤어짐후에 만남이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한 교토여행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단지 접해온 미디어의 문화에서 좀더 들어간 일본을 이루고 있는 불교와 무사의 문화와 그곳에 파생된 시간과 작품들을 직접 대면하고 보고 느꼈다.
여행이란 단지 관찰자가 아닌 그시간과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처음의 교토여행이 관찰자의 시점보다 좀더 들어갔다는 것은 욕심이고 오만이다. 하지만 다녀온 후 거의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때의 사진을 보면서 여행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풍경과 그 풍경 너머의 이야기를 모으고 정리하면서 좀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이번 글에서 추가한 교토동영상은 그래서 좀더 재미가 있는 시도였다. PC의 어느 한구석에 먼지가 쌓여있던 동영상을 꺼내어 보면서 그때의 추억과 시간. 그리고 지금 다시 느껴는 새로운 느낌과 감탄사를 즐기고 있다.
다음달 다시한번 교토를 들려보면 또다른 풍경과 느낌이 나를 기다릴것 같다.
그때는 교토는 이야기하고 바라보는 것 보다 눈을 감고 바람소리를 느낄수 있을 것 같다.
묵주 그리고 “명주”의 글귀
연구원 동기가 선물해준 묵주에 담겨 있는 쪽지에 적혀있던 글귀이다. 대략 뜻은 아래와 같은데 교토여행후 바쁘고 일상의 시간에 다시 돌아가는 나에게 이번 여행의 의미가 담겨있다. 미혹되지 말고 나자신에 충실하고 나를 소중히 다루라는 것은 세상의 외부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탱하던 나를 좀더 나 자신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충고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이 문구와 다시한번 만난다.
明珠
みょぅじゅ
“明珠 掌に 在り”
명주(밝게빛나는 아름다운 구슬)은 나의 손바닥에 있습니다.
なにもの にも 迷わ されず、とらわれない心、
좌절하거나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마음.
“明珠” は本来、あなたの掌(たなごころ)にしっ かりと在るのです。
“명주”는 원래 당신의 손바닥에 단단히 있는 것입니다.
外に心を奪わ れることなく、內に在る自分本来の 心を大切にして下さい。
바깥의 미혹함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마음을 소중히 하세요.
몇가지 교토동영상
동복사와 건인사, 료안지의 몇몇 장면을 잠깐씩 동영상으로 남겼다. 당연히 직접보는 광경과 느낌과는 아주 다르다. 여행은 결국 자신이 직접보고 땅을 밟는 것이 가장 큰 가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과는 다른 또 하나의 생생함을 느낀다. 하지만 다음달의 여행에도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 보다는 나의 눈과 귀에 좀더 많은 것을 담고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