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머님만 남겨졌습니다.
벌써 10년차에 이르렀네요. 4-5년 정도 밖에 안된거 같은 느낌인데.. 환우회 동호회에 첫글을 올리고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8년차 글에서 어머니 옆에 계셨던 아버님은 급격히 치매가 악화되면서 작년에 먼저 두 아들과 두 며느리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님은 여전히 골수종병에 있어 천상계의 약이라 불리는 레블리미드로 여전히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사실 10여년전만하더라도 어머니와 같이 골수이식이 불가능한 고령자의 경우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죠. 요즘은 좀더 좋은 약이 많아진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이 꼬마였던 하나뿐인 손녀딸은 벌써 중학생이 되었고 어머님은 스스로 요양원 비용을 감당하고 계시죠. 국가에서 매달 어머님 계좌에 입금하는 국민연금,노령연금이 우리 자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동생이나 제가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 이유이지요. 이곳에 계신 분들은 모두 절절히 느끼겠지만 경제활동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세금을 내는 우리, 그리고 이웃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의료보험의 혜택도 마찬가지구요.
주치의께서 이제 레블리미드의 약효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안정적이던 엠단백등의 수치가 서서히 증가추세로 결국 돌아서고 있다는 군요. 다음주쯤 검사결과가 나오면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좀더 고통의 시간이 다가올것 같은 느낌이군요. 요양원에서의 안정적인 투약과 코로나의 엄중한 시기에서 잘 보호받고 있는 밝은면 뒤에는 이제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것 조차 가끔씩 잊어버리게 된다면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어머님의 눈빛을 보면서 자식으로서 좀더 다른 선택 다른 결과를 만들었으면 어떻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모든 자식들의 공통된 심정이겠지요. 2년전 여기에 올린 글에서 내렸던 선택지가 조금 달랐다면 아버지도 어머님도 달라질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지만 난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평범한 40대의 아들이니까 후회나 슬픔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또 선택을 해야하고 그 선택에 따라 달려나가야 겠지요. 아직은 건강하고 식구들도 화목하고 경제활동도 큰 문제가 없으니 이만하면 또 잘 버티어 갈수 있겠다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주치의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 어머님을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인생의 황혼기를 당신이 하고 싶은 것 나누고 싶은 것, 이웃과 친지분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자식으로써 아픔으로 남겠지만 지금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하루 휴가를 내고 진료를 마치고 어머님을 요양원에 모셔다드리고 이곳 환우회 생각이 나서 잠깐 들러 짧은 생각을 기록하고 갑니다. 8년전에도 그랬듯이 또 12년차의 병상일기를 꿈꾸며 잘 모시겠습니다.
이곳의 환우님들도 코로나를 지나 일상의 시간을 꼭 누리시길 다시한번 기원합니다.
어머님은 다데기를 뺀 잔치국수를 제일 좋아하십니다. 한달에 한번 예외적으로 요양원 외출이 가능한 병원 진료일에 채혈을 한후에는 이렇게 꼭 찬지국수를 드세요. (요양원에서는 당신이 좋아하는 국수는 한번도 안해준다면서 말이죠. 아직 식사는 잘하십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어머님 컨디션의 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