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바늘꽂이와 어머니

소영님의 사진을 보다 문득 몇달전 막내이모집에서 보았던 반짓고리가 생각이 났다.
예전에 퀼트를 오랫동안 하셨던 이모답게 위의 사진과 같은 도구들과 실과 형형색깔의 천들이 그속에 가지런이 놓여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 바늘꽂이가 눈에 띄었다. 고운 색상의 천으로 동그랗게 만든 손때와 세월의 흐름속에 약간은 바랜 색깔이었다. “이건 이모 처녀때 쓰던 거 같네요?? ㅎㅎㅎ”  이모는 웃으면서 바로 어머니가 처녀시절 자기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때 같이 계시던 어머님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어머님의 처녀시절의 한토막을 이야기 해주시며 웃으신다. 음식, 요리, 뜨개질 어머님은 굉장한 손재주로 막내이모를 놀라게 하셨다는 얘기. 주위에서 떡집을 차리라는 말을 들을정도로 떡을 만드는데도 일가견이 있으셨다는..

지금은 이제 한쪽손이 불편하게 되신 이후로 이제 이런것들과는 멀어졌지만 지금 생각해도 나의 어린시절 아궁이와 석유곤로만의 시골 부엌에서 명절이나 생일 등의 특별한 날에는 항상 신기한 것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국민학교 들어가기전 어머님이 겨울철 뜨개질한 스웨터를 입고 뛰어놀았으며 크리마스때의 선물도 꼬박꼬박챙겨주셨다. 아직도 그때 선물받은 우표수집책은 80년대의 우표와 크리마스 씰등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근래에 싸이에서 우연히 알게된 국민학교 여자동창생의 글을 보니 그시절 하루에 두세번의 차가 다니는 첩첩시골동네에 경상도 말씨가 아닌 서울말씨를 사용하는 말투와 함부로 걸걸하게 얘기하지 않는 인자함과 엄격함으로 나와 내동생을 키우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다고 한다. 시골에서는 무슨무슨댁 으로 아주머니 끼리 부르신다. 어머님은 역시나 당연히 “서울디(댁)”로 통한다. 하지만 내가 집밖으로 생활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경제활동에 뛰어들면서 불의의 사고.. 힘든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결과로 난 무사히 대학교까지 마칠수 있었다. 하지만 그결과는 부메랑이 되어 아짓껏 힘든 노동의 굴레를 지고 계신다.

남자로서의 진정한 독립은 아마도 첫월급을 받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경제적인 독립은 남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제 나혼자서 세상에 맞설수있는 무기를 손이 쥐는 느낌. 그러기에 더욱 부모님에 대한 느낌은 애잔하다. 한 집안의 큰아들이 안고 가는 짐처럼 짓누르는 느낌은 특히나 오늘같은 생일날을 더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덮어두고 말이지 이제 밤을 밝히는 식당에 계신 당신께 전화해야겠다.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배아팠던 날이에요.”
” 정. 말.  감. 사. 합. 니.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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