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월 병상일지의 기록이 멈추어 있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 3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여전히 어머니는 한달에 한번 본가인 진주와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오가며 정준원 교수님께 계속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다발성 골수종의 함암제 부작용으로 섬방증세와 빈곤공포로 입원하고 있었을 때가 2012년 12월이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잘 받으시고 주치의를 다시 진주에서 신촌 세브란스 정준원 교수님으로 변경하고 그때부터 통원치료를 계속 진행하였습니다. 그후로 혈액수치가 안정을 찾으면서 항생제만 처방받으시다가 작년부터 수치가 상승하여 항암제(내복약)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올라와서 일주일치의 내복약 처방을 받으십니다. 다행이 그저께 결과는 항암제의 좋은 결과수치가 나와서 어머니는 밝은 표정으로 진주로 내려가셨습니다.
여전히 일상생활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매달 적금을 들어야 하니 아들에게 당신계좌로 돈을 붙이라고 협박(??)도 하시고 자식과 도시의 친지들에게 고추며 마늘이며 철마다 채소도 키우시고 쌀농사도 손에 놓지 않고 계속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조울증까지는 아니지만 오랜기간의 약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한 조울증도 겪으시고 안부전화없다고 아들에게 버럭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노동의 끈을 놓치 않고 평생 그러하였듯이 부지런함을 아직까지는 유지할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세심하게 어머님의 말도 안되는(??) 투정도 받아주시고 웃으시며 환자를 안정시켜주시는 주치의 교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머니도 한달에 두달에 한번씩 서울 올라오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주치의 교수님을 보면 힘이 생기고 안정이 된다며 기나긴 길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왕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지만 그래도 서두르거나 미리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아버지, 어머니의 병간호를 통해서 깨닫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추석이 오면 또 딸과 아내와 함께 봄철 일구었던 밭으로 달려가야 겠습니다. 7살 딸아이가 심어둔 채소를 수확해야 하니까요. 내년 봄에도 가능할까요? 어머니는 올해 봄에도 밭을 일구면서 내년을 기약할수 있게냐 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건 그때가서 고민하면 되죠.” 올해 가을 수확은 가능할 거 같습니다. 내년은 그때가서 닥쳐보면 알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