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3년, 4년, 6년차에 이어 이제 8년차 병상일지를 쓰고 있습니다.
네에 어머니는 여전히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지요. 병상일지 초반부터 집을 이사하고 이런저런 계획이 있었습니다만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먼가 큰일이 터지지 않는한 자식들도 또한 어머니 본인도 기존의 환경에서 변화를 주는 것이 쉽지 않죠. 2년전 6년차 치료에서 또 어머니는 무너지셨고 요양원까지 갔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그때 바꾼 치료제인 레알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가 효과를 보면서 다시 진주와 신촌 세브란스를 2개월 마다 왕복하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꾹꾹 눌러담아 있는 것이 폭발하듯 더이상 자식들이 있는 경기도와 부모님의 30년 터전인 진주와의 거리를 더이상 유지할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73세의 어머니의 체력은 항암제를 쉬는 기간에도 어머니의 정신상태가 명료하지 않다라는 것을 전화와 어머니를 2달에 한번 보면서 느낄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이상 미룰수가 없으니 나와 동생이 있는 경기도권에서 가까운 곳으로 부모님의 터전을 옮기기로 결정을 합니다. 2년전과 달리 이번에는 동생도 여유가 생기면서 적극적으로 이제 나와 함께 의사결정을하고 실행을 옮길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시 형제는 용감한 법이지요. 이곳에 계신분들은 절감하겠지만 항암치료의 알파와 오메가는 돈과 함께 자식들간의 협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집의 나와 동생은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희한하고 유별나게 친하다는 평을 받고 있죠. 그래서 아내와 동생의 아내와도 가까히 즐겁게 지냅니다. 경기도로 집을 구하러 다니고 돈은 아내가 대출을 얻고 4명이서 마치 자기집을 구하는듯이 주말마다 경기도 일대를 다니면서 결국 맘에 드는 곳을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이사당일 하루전날 부모님집으로 내려가 필수짐들만 챙겨서 동생과 나의 차에 싣고 부모님을 모시고 올라왔습니다. 무엇보다 무슨일이 생기면 한시간만에 부모님의 이사한 집으로 달려갈수 있으니 정말 좋아진 것이죠.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지만 사람일이라는게 막상 닥치고 하고나서 후회하는 법입니다. )
2년이상 레알리미드로 암수치는 정상수준의 80%까지 잘 억제되고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치의가 필요한 외과수술이 있다면 몸의 컨디션이나 혈액수치가 안정적이라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바로 외과병원으로 입원시켜서 고질병이었던 무릎관절수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은 항암기간은 돌아가실때까지 계속 되어야 하지만 삶의 질의 측면에서 무릎은 계속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에 고민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수술전 사전검진에서 혈액내과 선생님이 어머니의 경우는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하시더군요. 레알리미드 약제로 8여년 동안 일생생활을 영위하는게 정말 축복받은 일이라고 평가 하시는 군요.
뇌경색과 전두엽의 손상으로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아버님도 같이 입원을 시켜서 검진받고 약처방을 받는 것까지 오늘도 형제는 각자 연차를 나눠쓰면서 전적으로 병원일에 지난 연휴부터 이번주 다음주까지 매달리고 있습니다. 부모님 아픈것도 미안한데 병원일까지 동생과 나의 아내들에게 맡길수는 없다며 형제들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죠. 주말에는 또 같이 집에 모여서 알코올로 피로함을 풀면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주변 친지분들의 걱정과 형제가 대단하다며의 칭찬은 말들의 성찬입니다. (물론 고마움으로 항상 인사드립니다. ) 중요한건 실제 간병을 하는 당사자와 그 주변인들의 협업과 함게 도닥이는 위로가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또 10년차 12년차 계속 병상일기를 이곳에 적을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무더워 지는데 병을 이겨내는 당사자 여러분도 또 옆에서 항상 힘이 되어주는 간병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행복한 2020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